결론부터

한국에서 결혼하는 데 드는 돈은 평균 3억 8,113만원입니다(듀오 '2026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 2025년 11월 조사·최근 2년 내 결혼한 부부 1,000명).

일본에서 같은 항목을 다 더하면 약 390만엔, 원화로 약 3,500만원입니다.

약 11배. 오타가 아닙니다. 다만 이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세요. 이 글의 목적은 "일본이 싸다"가 아니라 "돈이 나가는 구조가 다르다"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알 수 있는 것

  • 한국·일본의 결혼 비용 항목별 실제 평균 금액
  • 11배 차이의 정체 — 전세(傳貰)라는 제도가 만드는 착시
  • 월세로 살면 결국 총액은 어떻게 되는지, 5년치로 계산한 결과
  • 일본에서 결혼을 준비할 때 실제로 현금이 필요한 시점

한국: 3억 8,113만원의 내역

듀오 2026 보고서 기준 평균입니다.

  • 신혼집 마련: 3억 2,201만원 (전체의 84.5%. 남성 부담 2억 113만원 / 여성 부담 1억 2,088만원)
  • 예식장: 1,460만원
  • 혼수: 1,445만원
  • 예단: 1,030만원
  • 신혼여행: 1,030만원
  • 예물: 588만원

한눈에 보이시죠. 결혼 비용의 84.5%는 결혼식이 아니라 집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이 7억 3,342만원(다방×국토교통부 실거래가, 2026년 2분기)인 나라에서, 3억은 오히려 아껴 쓴 쪽입니다.

일본: 약 390만엔의 내역

일본에서 결혼할 때 실제로 나가는 현금을 항목별로 쌓아 보겠습니다. 출처는 리크루트 브라이덜종합연구소 '結婚マーケット調査(결혼 마켓 조사) 2025'(2026년 1월 발표, 2024년 4월~2025년 3월 결혼자 대상)입니다.

  • 예식·피로연 총액: 298.6만엔 → 그런데 여기서 빼야 할 게 있습니다
  • ご祝儀(고슈기·축의금) 수입: 187.1만엔
  • → 실제 자기부담: 158.9만엔 (평균 초대 인원 57.2명)
  • 약혼반지: 43.8만엔 / 결혼반지 2개: 33.1만엔
  • 신혼 살림(가구 24.4만엔 + 가전 28.8만엔): 약 53.2만엔 (브라이덜종합연구소 '신혼생활 실태조사 2023')
  • 신혼여행: 56.3만엔
  • 월세 집 초기비용: 약 45~50만엔 (家賃(집세) 10만엔 기준. 敷金(시키킹)·礼金(레이킹)·선불 집세·중개수수료·보증료 합쳐 집세의 4.5~5개월분이 일반적)

합계 약 390만엔 ≒ 3,470만원 (1엔 ≒ 8.9원 기준. 환율은 매일 바뀌므로 반드시 다시 계산하세요.)

여기서 일본 특유의 포인트가 두 개 있습니다.

첫째, 축의금 문화가 강력합니다. 일본의 ご祝儀는 보통 친구 3만엔, 상사 3~5만엔, 친척 5~10만엔이 상식선입니다. 초대객 57명에 평균 187만엔이 들어옵니다. 즉 예식 비용 298만엔의 63%를 하객이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둘째, 結納(유이노·예단)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양가 상견례 식사회 실시율은 74.2%인데, 정식 結納 실시율은 26.5%에 불과합니다(결혼 마켓 조사 2025). 한국의 예단(1,030만원)·예물(588만원)에 해당하는 문화적 부담이 일본에서는 이미 소수파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11배 차이의 정체 — 전세라는 제도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본에는 전세가 없습니다. 韓国の전세처럼 목돈을 맡기고 월세를 0으로 만드는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임대는 敷金(시키킹, 보증금·원상복구비 차감 후 일부 반환)礼金(레이킹, 집주인에게 주는 사례금·반환 없음) 구조이고, 나머지는 전부 매달 내는 月々の家賃(월 집세)입니다.

즉 이렇게 됩니다.

  • 한국: 목돈 3억 2,201만원을 먼저 넣고, 매달 나가는 주거비는 (전세라면) 거의 0
  • 일본: 목돈 45~50만엔만 넣고, 매달 10만엔씩 계속 나감

결혼 비용 총액이 11배 차이 나는 이유의 대부분은 "결혼식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주거비를 언제 내느냐"의 차이입니다.

정직하게 계산해 봅시다 — 5년치로 보면?

그래서 월세를 총액에 포함해 5년(60개월)으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일본 (도쿄 근교 2인 1LDK, 집세 12만엔 가정)
- 초기비용 약 55만엔 + 집세 12만엔 × 60개월 = 720만엔
- 주거비 5년 합계: 775만엔 ≒ 6,900만원
- 결혼식·반지·살림·여행(약 340만엔)까지 더하면 5년 총액 약 1,115만엔 ≒ 9,920만원

한국 (전세 3억 2,201만원 가정)
- 전세금은 원칙적으로 계약 종료 시 돌려받습니다. 다만 그 3억을 대출로 마련했다면 이자가 나갑니다. 전세대출 금리 4%로 2억을 빌렸다면 연 800만원 × 5년 = 4,000만원
- 결혼식·혼수·예단·예물·신혼여행(약 5,553만원)을 더하면 5년 총액 약 9,553만원

5년 기준으로 보면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비슷합니다.

그럼 진짜 차이는 무엇일까요.

진짜 차이는 "출발선의 현금"

한국에서 결혼하려면 결혼하는 시점에 3억이라는 목돈(또는 그만큼의 대출 한도)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결혼 자체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결혼은 사치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일본에서 결혼하려면 결혼하는 시점에 약 390만엔(3,500만원)이 있으면 됩니다. 여기서 부부가 반씩 부담하면 1인당 약 1,750만원입니다.

연봉 400만엔(약 3,560만원)을 받는 사회초년생이 3년간 매달 5만엔씩 모으면 180만엔입니다. 둘이 모으면 360만엔. 3년이면 도달 가능한 숫자입니다.

3억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과, 390만엔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 이 차이가 실제로 사람들의 인생 계획을 바꿉니다. 일본의 평균 초혼 연령이 남편 31.1세·아내 29.8세(후생노동성 '2024년 인구동태통계 월보연계')로 한국보다 이른 데에는 이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본 것

채용하는 쪽에 있으면 지원자의 인생 계획을 꽤 자주 듣게 됩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온 20대 후반 지원자가 면접 마지막에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면 몇 년 뒤에 결혼할 수 있을까요?" 연봉이 아니라 인생 스케줄을 물은 겁니다.

그때 제가 답한 내용이 지금 이 글의 요지입니다. 일본에서 결혼이 "싸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예식장은 여전히 비싸고, 도쿄 집세는 계속 오릅니다. 하지만 한 번에 3억을 만들어야 시작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매달의 부담으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그분은 지금 일본에서 일하고 있고, 재작년에 결혼했습니다. 예식은 하지 않고 혼인신고와 양가 식사회만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일본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택입니다.

자주 하는 착각 3가지

"일본은 결혼식을 다 화려하게 한다" — 아닙니다. 예식·피로연 총액은 조사연도별로 크게 흔들립니다(2024년 조사 343.9만엔 → 2025년 조사 298.6만엔). 요즘은 아예 하지 않는 ナシ婚(나시콘·예식 없는 결혼)이나 소규모 少人数婚(소인수혼)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敷金은 다 돌려받는다" — 아닙니다. 원상복구 비용을 차감하고 남은 금액만 돌아옵니다. 礼金은 애초에 반환되지 않습니다. 계약 전에 반드시 原状回復(원상복구) 조건을 읽으세요.

"월세는 버리는 돈" — 한국식 감각으로는 그렇게 느껴지지만, 일본에서는 목돈을 주거에 묶어두지 않는 대신 그 돈을 저축·투자·이직 준비에 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금리와 개인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일본은 전세가 없어서 손해"라는 단정은 사실이 아닙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3가지

  1. 희망 근무지의 실제 집세를 검색해 보세요(SUUMO·HOME'S에서 지역명+1LDK). 그 금액 × 4.5개월이 입주 시 필요한 현금입니다.
  2. 구인공고에서 住宅手当(주택수당) 네 글자를 찾으세요. 월 2~3만엔 지원되는 회사가 실제로 많고, 5년이면 120~180만엔 차이입니다.
  3. 연봉 시뮬레이터로 手取り(실수령)을 확인하고, 거기서 집세를 뺀 금액이 매달 얼마 남는지 계산해 보세요. 그 숫자가 당신의 결혼 준비 속도입니다.

도구로 확인해 보기

이 기사의 내용을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 보려면 연봉·생활비 환산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보세요. 만엔 단위 연봉을 실수령액·월세·생활비와 함께 대략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リクルートブライダル総研(리크루트 브라이덜종합연구소) — 結婚マーケット調査 2025(2026년 1월 발표)
  • リクルートブライダル総研 — 新婚生活実態調査 2023
  • 듀오(Duo) — 2026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2026년 3월 발표)
  • 厚生労働省(후생노동성) — 令和6年 人口動態統計月報年計(概数)
  • 다방×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 2026년 2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

본 계산은 평균값 기준의 근사치이며 세무·재무 상담이 아닙니다. 환율(1엔 ≒ 8.9원)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실제 금액은 환율과 지역·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